진료실에 앉은 보호자는 이미 많은 것을 알고 들어온다. 예전에는 카페에서 알아왔고, 요즘은 검색을 하고 AI에게 물어본 뒤 온다. 아이의 병명을 처음 듣고 집에 돌아간 그날 밤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다가, 다음 진료 때는 질문을 적어 오는 모습도 이제 익숙하다. 오래 이 일을 해오면서 보호자들이 정보를 얻는 방식이 바뀌어가는 과정을 보았다.

한동안은 질환별 환우회나 인터넷 카페가 그 역할을 했다. 누구 교수님이 잘한다더라, 어디에서는 한 번에 끝났다더라, 어느 병원에서는 재수술을 했다더라 하는 경험담이 쌓였다. 그 과정에서 의사를 고르는 기준이 연구 성과나 축적된 수술 성적, 술기가 아니라 몇몇 보호자의 경험과 조언이 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 점이 오래 마음에 걸렸다. 입소문이 먼저 권위를 만들고, 그 권위가 다시 선택의 근거가 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보호자들이 서로에게 물었던 이유는 물어볼 다른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진료 시간은 짧고, 처음 듣는 병명과 수술 이야기를 한꺼번에 이해하기는 어렵다. 집에 돌아온 뒤에야 질문이 생기지만 다시 물어볼 곳은 없다. 결국 그 빈자리를 환우회와 인터넷 카페가 채웠다. 돌이켜보면 그 공백은 보호자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의료진이 충분히 채우지 못했던 자리였는지도 모른다.

닿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그래서 AI의 등장을 꽤 반갑게 보고 있다. 요도하열을 처음 진단받은 부모라고 생각하고 검색해보면 질환이 무엇인지, 언제 수술하는지, 어떤 합병증이 있을 수 있는지까지 상당히 잘 설명해준다. 예전 같으면 여러 사람에게 묻고 오래된 게시물을 뒤져야 했던 정보가 이제는 몇 초 만에 정리된다.

다만 같은 검색에서 여전히 나오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어느 병원이 어떤 술기를 쓰고 어떤 치료 전략을 갖고 있는지, 단계 수술이나 재수술에 필요한 자원은 갖춰져 있는지, 그래서 이 아이에게 어떤 방침으로 접근할 것인지 — 정작 선택에 필요한 실질적인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상위에 놓인 것은 각 병원이 스스로를 소개한 글이었고, 그것들은 서로 비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공백의 모양이 달라졌을 뿐 공백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정보가 많아졌다는 것이 곧 좋은 판단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는 서로 다른 세 단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보 · 지식 · 판단

논문이나 진료지침을 찾는 것은 정보의 문제다.

그 연구가 어떤 환자를 대상으로 했고 내 아이에게 어느 정도 적용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지식의 문제다.

그리고 서로 다른 근거와 여러 선택지 가운데 무엇을 지금 이 아이에게 적용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판단의 문제다.

AI는 첫 번째를 이미 아주 잘한다. 두 번째도 빠르게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실제 진료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대개 세 번째에 있다.

답이 없는 질문 앞에서

의학에는 검색한다고 하나의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이 많다. 요도하열만 해도 만곡을 몇 도까지 교정해야 하는지, 언제 요도판을 보존하고 언제 끊어야 하는지, 무엇을 좋은 결과라고 불러야 하는지에 대해 문헌은 하나의 답을 주지 않는다. AI에게 수백 편의 논문을 읽혀도 마찬가지다. AI가 아직 부족해서가 아니라, 의학 자체가 아직 하나의 답을 갖고 있지 않은 질문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환자 앞에서는 결국 결정을 내려야 한다. 같은 정도의 만곡이라도 아이의 나이와 해부학적 상태, 이전 수술 여부, 앞으로의 성장, 가족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비슷한 환자들을 오랫동안 보면서 얻은 의사의 경험이 더해진다.

이 여러 요소를 한 사람의 상황에 맞춰 해석하고, 선택지의 장단점을 설명한 뒤 어느 방향이 더 적절할지 함께 고민하는 일은 단순한 정보 검색과는 다르다. 그 과정이 판단이고, 판단에는 책임이 따른다.

의사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앞으로 어떤 약을 쓰는지, 어떤 검사를 해야 하는지, 어떤 수술법들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일만으로 의사의 역할을 설명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이런 정보는 AI가 더 빠르고 체계적으로 제공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신 판단은 더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알려져 있고 무엇이 아직 불확실한지 구분하고, 서로 다른 근거의 무게를 가리고, 환자의 의사와 환경,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함께 놓고 선택지를 설명하는 일이다.

또 하나 중요한 일은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호자는 성공률이 몇 퍼센트인지는 물을 수 있지만, 그 숫자가 무엇을 성공으로 정의한 것인지는 알기 어렵다. 우리 아이가 심한 편인지 물을 수 있지만, 어떤 요소가 실제 중증도를 결정하는지는 모를 수 있다. 질문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중요한 질문인지 알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사이트에서도 모든 답을 주려고 하지는 않는다. 대신 무엇이 알려져 있고 무엇이 아직 불확실한지, 그리고 진료실에서 무엇을 물어보아야 하는지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남겨두고 싶다.

AI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그것을 정리하는 일까지 점점 더 잘하게 되더라도, 그 정보가 한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해석하고 여러 선택지 사이에서 판단을 함께 정리해주는 역할은 여전히 남을 것이다.

결국 의사는 이전처럼 정보를 독점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보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를 환자와 함께 해석하는 사람에 조금 더 가까워질 것이다.

Dr. 김상운 (Sang Woon Kim, MD)
소아비뇨의학과 전문의 · 캐나다 토론토 Visiting Scholar
2026년 9월, 토론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