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에서는 가끔 내가 요청한 것과 다른 실이나 기구가 건네진다. 4-0 실을 달라고 했는데 조금 더 굵은 3-0 실이 오는 식이다.

"4-0 달라고 했는데?"

그러면 요즘은 이런 답이 돌아오곤 한다.

"선생님이 3-0 달라고 하셨는데요?"

분명 내가 착오를 지적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을 듣고 보면 먼저 의심받는 쪽은 나다. 순간 내 기억을 더듬게 되는 이 상황이 가끔은 웃음이 난다.

예전에는 조금 달랐다. 자신이 잘못 들었는지 먼저 의심하거나, 상대가 잘못 말했다는 것을 알아도 그냥 넘어가곤 했다. 선배나 교수를 그 자리에서 바로 지적하기는 쉽지 않았다.

물론 내가 잘못 말했을 수 있다. 머릿속에서는 4-0를 생각하면서 입으로는 3-0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수술에 집중하느라 무심코 내뱉은 말을 내가 정확히 기억한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이런 일을 두고 동료들과 "요즘 젊은 사람들은 확실히 다르다"며 웃곤 한다. 모든 사람을 세대로 묶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는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분명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요구에는 이유를 묻는다. 선배들이 감수해 왔다는 이유만으로 자신도 같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그 태도를, 요즘은 진로를 선택하는 후배들에게서도 본다.

얼마 전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의 심포지엄 소식을 접했다. 지난해에는 대한소아비뇨의학회 보험이사로서 우리 분야의 현황 자료를 정리해 보냈던 자리다. 그때 자료를 들여다보며 품었던 걱정이 다시 떠올랐고, 올해는 해외 연수 중이라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아이들을 수술하는 여러 분야가 한자리에 모이는 데에는 공통된 걱정이 있다. 앞으로 이 일을 누가 이어갈 것인가 하는 문제다.

나는 이를 젊은 의사들의 사명감이 예전 같지 않아서라고 설명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선택을 앞두고 마주하는 조건을 하나씩 보면, 망설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아 수술에는 작은 구조물을 다루는 정밀함과 긴 시간, 수술 전후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노력과 책임이 수가에 충분히 반영되는지, 현장에서 느끼는 답은 회의적이다. 고가 영상검사나 약제, 로봇수술 등을 통해 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와 소아외과계의 진료 구조는 다르다. 실손보험과 연결된 비급여 진료를 통한 수익 창출에서도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다. 아이를 진찰하고 직접 수술하며 회복을 책임지는 일만으로는 그 일을 지속할 기반을 마련하기 어렵다.

후배들에게는 다른 선택지도 있다. 의대를 졸업한 뒤 긴 수련을 거쳐 전문의가 되고, 대학병원에 남는 것이 당연한 경로였던 시절과는 다르다. 일반의로 진료하거나 미용 등 다른 분야를 선택할 수도 있다. 수련에 들일 시간과 노력, 그 이후의 수입과 삶을 비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제시하는 미래가 그 오랜 시간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다른 길을 고민하는 것을 탓하기 어렵다.

그 선택의 과정에서 소아외과계로 향하는 길은 여러 번 좁아진다. 전문의 수련을 선택하고, 수술하는 과를 택하고, 그 안에서 다시 소아를 전공해야 한다. 내가 몸담은 비뇨의학과에서도 소아를 세부전공으로 선택하겠다는 후배를 찾는 일이 다시 어려워지고 있다. 비뇨의학과 전문의를 양성하는 것과 소아비뇨의학을 이어갈 의사를 기르는 것은 서로 다른 과제다.

소아진료 자체의 부담도 무겁다. 작은 아이의 수술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는 긴장에, 좋지 않은 결과가 생겼을 때 의료분쟁이나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더해진다. 오랜 저출생으로 소아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은 이 분야의 장래에 대한 불안으로도 이어진다. 오랜 시간을 들여 배운 전문성을 앞으로도 펼칠 자리가 있을지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가 줄어드는 만큼 남은 의사들의 일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진료할 수 있는 병원과 사람이 줄어들면 환자는 남은 곳으로 모인다. 당직을 나누고, 어려운 수술을 함께 고민하고, 잠시 자리를 비울 때 대신 맡아줄 동료도 줄어든다. 남은 사람의 일이 더 힘들어지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후배들은 다시 선택을 주저한다.

병원의 판단은 이 흐름을 더 빠르게 만들기도 한다.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떠난 의사의 자리를 채우려 하지 않고, 기존 정원인 T/O조차 유지하려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현장에서는 사람이 절실한데 병원의 판단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렇다고 소아 수술을 전공한 의사가 개원해 같은 진료를 이어가기도 어렵다. 수술실과 소아마취, 입원 치료를 뒷받침하는 인력과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들어오는 사람은 적고, 남을 자리는 불확실하며, 남은 사람의 일은 무거워진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이 반복이다.

아이를 수술하는 일에는 분명한 보람이 있다. 수술받았던 아이들이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자라 다시 진료실을 찾아올 때가 있다. 그 모습을 보는 것은 마치 내 자식이나 조카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큼의 기쁨을 준다. 나 역시 그 기쁨에 기대어 일해 왔고, 후배들에게도 이야기하고 싶다.

하지만 이제는 그 이야기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이 일이 가치 있다는 설명 뒤에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어떤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 따라야 한다. 합당한 보상과 함께 일할 동료, 어려운 결과가 생겼을 때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체계가 필요하다. 가족과 저녁을 보내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며, 내일의 생활을 예측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 환자의 삶을 지키는 의사 역시 자기 삶의 품격과 안정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오류가 생겼을 때 남의 잘못을 먼저 생각하기에 앞서 나의 기억부터 더듬어보게 된 것처럼, 앞으로 후배들이 우리가 걸어온 길을 선택하지 않을 때도 우리 쪽을 먼저 돌아봐야 할 것 같다. 그들의 태도를 아쉬워하기 전에, 우리가 물려주려는 삶이 과연 선택할 만한 것인지 물어야 한다.

언젠가 후배들이 "선생님들은 왜 이런 환경을 그대로 두셨나요?"라고 묻는다면, 그때는 기억을 더듬는 것만으로 답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헌신했는지를 이야기하는 대신, 그들이 같은 희생을 되풀이하지 않아도 되도록 무엇을 바꾸었는지 말할 수 있었으면 한다. 다음 사람에게 건네줄 자리를 비워둔 채 대가 끊긴다고 한탄하기에는, 아직 우리 손으로 고쳐야 할 것이 너무 많다.

Dr. 김상운 (Sang Woon Kim, MD)
소아비뇨의학과 전문의 · 캐나다 토론토 Visiting Scholar
2026년 9월, 토론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