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에서는 혈관 길이가 부족한 복강 내 고위 고환에서 단계적 Fowler-Stephens 술식이 왜 널리 쓰이게 되었는지를 다뤘다. 그런데 같은 2단계 술식이라도 기관마다 위축률이 크게 다르다. 영국 6개 기관의 2단계 Fowler-Stephens 469예를 모은 최근 연구에서 위축은 전체 22%였는데, 기관별로는 11%에서 37%까지 벌어졌다(Mohamed 등, 2025). 이 차이에는 환자 구성, 술기, 추적과 위축 판정 방식이 함께 관여했을 수 있다. 그 가운데 지난 십여 년 사이 자주 검토된 요소가 2차 수술에서 고환길잡이(gubernaculum)를 자르느냐, 보존하느냐다.
먼저 밝혀 둔다. 필자는 아직 이 방식으로 수술해 본 적이 없다. 이 글은 해부와 문헌을 정리하면서 "길잡이를 보존한 채로 정말 내려가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해 보려는 글이고, 문헌이 보여 주는 것과 필자의 해석은 나누어 적었다. 여기서 "보존"하는 것은 길잡이 조직과 그 안의 연결 혈관이며, 원래 위치의 부착을 모두 그대로 고정해 둔다는 뜻은 아니다.
고환의 혈관 — 동맥과 정맥
동맥
고환의 동맥 공급은 일반적으로 세 계통으로 설명하지만, 개수와 발달에는 변이가 있다. 고환동맥은 신동맥 바로 아래에서 대동맥으로부터 나와 후복막을 따라 내려온다. 정관동맥은 내장골동맥 계열(주로 하방광동맥)에서 나와 정관을 따라 고환 쪽으로 간다. 고환올림근동맥은 외장골동맥의 가지인 하복벽동맥에서 내서혜륜 근처로 갈라져 나와 고환올림근과 함께 정삭 안으로 들어간다. 세 동맥은 고환 가까이, 특히 부고환 꼬리와 고환 아래 끝 부근에서 서로 이어진다(Benzi 등, 2022).
굵기는 고르지 않다. 성인 정삭 120개를 외서혜륜 높이에서 잰 연구에서 고환동맥은 평균 1.0 mm, 정관동맥 0.6 mm, 고환올림근동맥 0.5 mm였고, 57.5%에서는 고환동맥 하나의 지름이 나머지 두 동맥의 지름을 합한 것과 같거나 더 컸다(Raman & Goldstein, 2004). 고환동맥이 상대적으로 가장 굵은 동맥이라는 뜻이고, Fowler-Stephens는 바로 그 동맥을 포기하는 수술이다.
정상 하강 과정의 태아 해부 자료에서는 고환의 위치에 따라 배치가 달라진다. 태아 32명(고환 64개)에서 71.9%는 세 동맥, 23.4%는 고환동맥과 정관동맥 두 개, 4.7%는 네 동맥을 가지고 있었고, 두 동맥만 있는 고환은 모두 복강 안에 있었다(Sampaio 등, 1999; Benzi 등, 2022에 정리). 고환이 높이 있을수록 고환동맥은 짧고, 정관동맥과 고환올림근동맥은 길게 늘어나 있으며, 고환올림근동맥은 길잡이가 붙는 고환 아래 끝에 닿는다. 다만 태아의 정상 하강 과정에서 얻은 자료이므로, 소아 잠복고환의 혈관 분포를 그대로 보여 주는 숫자로 읽어서는 안 된다. 고환길잡이 안에는 고환올림근과 그 혈관이 함께 들어 있다.
정맥
덩굴정맥얼기에서 모인 고환정맥은 오른쪽은 하대정맥으로, 왼쪽은 좌신정맥으로 들어간다. 여기에 정관정맥과 고환올림근정맥이 있다. 세 정맥계는 고환 아래 끝에서 서로 연결되며, 길잡이 정맥을 통해 음낭 뒤쪽 정맥과도 교통한다(Mirilas & Mentessidou, 2012). 같은 논문은 정계정맥류 수술에서 내정삭정맥과 고환올림근정맥을 결찰한 뒤 길잡이 정맥까지 결찰하면, 남는 정맥 환류는 정관정맥에 의존한다고 설명한다. 정계정맥류 수술을 설명한 해부 논문이어서, Fowler-Stephens에서도 정맥 환류 보존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지만 이를 직접 확인한 임상 근거는 부족하다.
고환올림근동맥(cremasteric artery)은 하복벽동맥에서 기원하는 이름 붙은 동맥이다. 반면 길잡이 혈관(gubernacular vessels)은 길잡이와 그 주변 조직의 혈관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정맥도 포함하며, 두 용어가 완전한 동의어는 아니다. 정상 하강 고환의 해부학 기술에서 "길잡이 동맥"이라는 별도의 동맥명은 보통 쓰이지 않는다. 이 글의 "고환올림근·길잡이 혈관"은 길잡이 부위에서 보존하는 연결 혈관망을 뜻한다. 여기에 원위부 부착부 주변 조직의 혈관이 더해질 수 있다는 추정도 있다(Ellis 등, 2014이 인용한 Yamataka 등, 2003).
고환혈관을 묶으면 무엇이 남는가
2단계 술식의 논리는 "결찰 후 시간을 주면 곁순환이 따라온다"는 것이다. 이 전제를 처음 보여준 것은 동물 실험이다. 쥐에서 고환혈관을 결찰하면 1시간 뒤 고환 혈류가 약 80% 줄었지만, 30일 뒤에는 결찰 전 수준으로 돌아왔다(Pascual 등, 1989). 생후 10일 된 쥐에서 결찰한 뒤 성체가 되었을 때 보면 혈류는 18% 낮았지만 고환 무게와 정자 형성은 정상이었다(Pascual 등, 1990).
사람에서 어느 혈관이 곁순환을 맡는지 직접 보여준 자료는 많지 않다. 가장 직접적인 것은 길잡이를 보존한 2차 수술의 사진이다. 25명·28개 고환을 대상으로 한 수술 시리즈에서, 일부 환자의 수술 중 사진으로 길잡이를 따라가는 굵게 발달한 고환올림근 혈관과, 정관 혈관·고환동맥 결찰 끝 사이의 문합을 제시했다. 두 갈래는 부고환 바로 근위부에서 여러 줄의 아치 혈관으로 이어져 있었고, 일부에서는 굵은 아치 대신 가는 혈관 그물이 보였다. 결찰 전후의 굵기를 잰 연구는 아니므로, 결찰로 커졌다기보다 2차 수술 시점에 뚜렷한 곁순환이 관찰된 것이다.
임상 결과를 보면, 이 시리즈에서 고환은 모두 살았고(평균 추적 3.3년, 크기는 진찰로 평가, 비교군 없는 소규모 시리즈), 정관이 선천적으로 없던 1예는 고환혈관을 자른 뒤에도 길잡이 혈관만으로 음낭에 내려가 살았다(Ellis 등, 2014). 이 곁순환이 결찰 뒤 생긴 것인지는 단일 단계와 2단계 Fowler-Stephens의 혈관 공급을 비교해야 답할 수 있다고 저자들은 적었다. 1차 수술 뒤 6개월 사이에 25개 중 10개 고환이 저절로 더 낮은 위치로 내려와 있었다는 관찰도 있다(Robertson 등, 2007).
정리하면 1차 수술 뒤 고환에는 두 갈래의 곁순환이 남는다. 하나는 정관을 따라 들어오는 정관동맥 계열, 다른 하나는 내서혜륜 쪽에서 길잡이를 타고 들어오는 고환올림근·길잡이 계열이다. 앞의 것은 어떤 방식의 2차 수술에서도 보존한다. 뒤의 것은 2차 수술에서 길잡이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보존되기도 하고 끊기기도 한다.
2차 수술에서 갈리는 지점
전통적인 2차 수술은 고환길잡이를 잘라 고환을 자유롭게 한 뒤, 정관과 그 주위 복막을 넓게 남긴 띠에 고환을 매달아 하복벽혈관 안쪽으로 새로 낸 통로(Prentiss 술기)를 통해 음낭으로 내린다. 내서혜륜과 서혜관을 돌아가는 원래 길보다 음낭까지 거리가 짧다 — 한 연구는 약 1.5 cm를 번다고 적었다(Abbasion 등, 2024). 대신 고환은 주로 정관동맥 계통에 기대게 되고, 이 경로가 꺾이면서 길잡이와 정관동맥 사이의 곁순환이 끊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Ellis 등, 2014).
고환길잡이를 보존하는 방식은 고환을 길잡이에 붙인 채 내서혜륜과 서혜관, 즉 원래 내려왔어야 할 길로 내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가장 자세히 기술된 방법을 따라가 보면 이렇다(Zhou 등, 2022). 정관·혈관과 고환 사이 복막을 갈라, 정관, 고환, 길잡이와 그 사이 연결 혈관을 포함한 넓은 복막 조직을 보존하며 박리한다. 1차 수술 때 걸어 둔 클립 사이로 고환혈관을 자르고, 정관 위쪽으로 박리를 더 진행해 곁순환이 든 복막 삼각을 넓게 들어 올린다. 음낭에 작은 절개를 내고 복강경 박리기를 내서혜륜까지 올려 통로를 만든 뒤, 같은 길로 넣은 겸자로 고환을 길잡이 부분에서 잡아 음낭으로 끌어내린다. 장력이 남으면 정관 위 복막을 더 박리한다.
2004년 처음 기술된 이후(Wang & Shaul, 2004) 같은 원리를 쓰는 방법은 여러 가지로 늘었다. 2차 수술 전체를 복강경으로 하거나(Robertson 등, 2007; Braga 등, 2019), 복강경 보조로 하거나(Mahomed 등, 2012), 서혜부 절개로 연다(Zhou 등, 2022). 단일 단계 Fowler-Stephens에 적용한 보고도 있고(Naycı 등, 2017), 고환혈관을 자르지 않는 일반 고환고정술에 적용한 무작위 연구도 있다(Abbasion 등, 2024).
길잡이를 보존한 채 어떻게 내려가는가
이 술식을 처음 보면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이 있다. 잠복고환은 흔히 고환길잡이의 원위부 부착이 잘못된 결과로 설명된다. 1편에서 다룬 대로, Han 등의 연구에서 조사한 잠복고환의 93%에서 길잡이 원위부 부착이 비정상 위치에 있었고, 비촉지 복강 내 고환 142개에서는 서혜륜 주변에 붙은 것이 58%(83개), 음낭 외측·상부에 붙은 것이 25%(36개)였다(Han 등, 2004). 하강을 막은 원인으로 지목되는 구조물을 보존한 채로 고환을 내린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다만 이 관찰은 부착의 위치를 기록한 것이지, 특정한 박리 방법이 왜 통하는지를 증명한 것은 아니다.
문헌이 보여 주는 것
길잡이는 대개 고환보다 원위에 있어, 2차 수술에서 고환을 위로 붙잡는 주된 구조물로 기술되지는 않는다. 다만 부착 위치·길이·이동 경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길잡이를 보존한 2차 수술 205예를 보고한 연구는 고환의 최종 위치를 정하는 주된 제한 요소를 정관의 길이로 꼽았고, 충분히 박리하면 95.6%에서 장력 없이 음낭에 놓을 수 있었다고 적었다(Zhou 등, 2022). 무작위 연구의 저자들도 길잡이를 잘라낸다고 해서 정삭의 길이가 늘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썼다(Abbasion 등, 2024).
문헌이 직접 기술하는 것은 여기까지다 — 길잡이와 연결 혈관을 보존하면서 정관과 주변 복막 조직을 충분히 박리해 고환을 내리고(Zhou 등, 2022), 원위부 부착·길잡이 혈관·고환을 함께 내서혜륜으로 옮긴다(Braga 등, 2018 학회 초록). Ellis 등은 서혜관을 열고 길잡이 혈관을 제자리에 둔 채 보존했다. 원위부 부착과 초막돌기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해부학적 형태와 술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 무작위 연구에서는 길잡이가 내서혜륜보다 근위, 즉 복강 안에 붙어 있으면 길잡이를 보존하는 군에서도 새 통로로 내렸다(Abbasion 등, 2024). 부착 위치가 경로를 바꾼 것이다.
필자의 가설 — 탈장낭과 근위부 박리
여기부터는 필자의 가설이다. 복강 내 고환이라도 내서혜륜이 열려 있으면 초막돌기, 즉 탈장낭이 서혜관을 따라 내려와 있다. 낭 자체는 고환이 원래 지나갔어야 할 정상 길목에 놓여 있고, 길잡이는 그 낭의 바닥이 아니라 옆벽이나 서혜륜 주변처럼 엉뚱한 자리에 붙어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상태에서 고환을 끌어내리면, 낭의 목이 복막과 내서혜륜에 붙어 있으니 고환이 내려갈수록 낭과 그 옆벽의 길잡이 부착에 장력이 걸린다. 근위부, 즉 낭의 목의 고정이 장력의 한 원인일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근위부 박리를 중요한 단계로 본다. 낭의 목을 복막과 내서혜륜 테두리에서 충분히 박리하면, 낭이 길잡이 부착을 단 채 고환과 함께 움직여 원위부 부착에 걸리는 당김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잠복고환의 길잡이는 혈관이 풍부하고 고환에서 떼어 낼 때 자른 면에서 출혈이 활발해, 그 혈액 공급이 비정상 부착부 쪽에서도 들어온다는 추정이 있다(Ellis 등, 2014이 인용한 Yamataka 등, 2003의 관찰). 원위부 부착부를 통한 혈류가 존재한다면 이를 보존할 해부학적 이유는 있지만, 실제 이득은 혈관 연결과 이동 후 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근위부 박리가 불완전하면, 고환을 음낭 바닥에 놓았을 때 낭과 길잡이가 고환을 다시 위로 끄는 줄이 될 수 있다 — Han 등이 호르몬으로 내린 고환이 다시 올라가는 이유로 든 비정상 부착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설명은 문헌에 기술된 기전이 아니며, 내서혜륜이 열려 있는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발생학 쪽에서 보아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현재의 모델에서 선천성 잠복고환은 길잡이가 서혜부에서 음낭으로 이동하지 못한 결과로, 이소성 고환은 길잡이가 엉뚱한 곳에 붙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이동한 결과로 설명된다(Hutson 등, 2015). 어느 쪽이든 문제로 지목되는 것은 부착의 위치와 이동이다.
근거는 어디까지 와 있나
길잡이 보존에 관한 자료는 대부분 후향적이고, 비교군이 있는 연구는 많지 않다. 연구마다 비교한 대상과 평가 기준이 다르므로, 표는 연구의 성격에 따라 나누었다. 비교값은 보존군을 먼저 적었다.
| 연구 | 설계·대상 | 평가 기준·추적 | 결과 |
|---|---|---|---|
| Fowler-Stephens(고환혈관 절단) 관련 | |||
| Wang 2004 | 복강경 2단계, 길잡이 보존 — 처음 기술 | — | 성공률 93%(Ellis 2014의 인용) |
| Robertson 2007 | 2단계, 2차 수술 복강경 · 25개 | 고환 생존, 6·18개월 | 생존 88%(22/25). 비교군 없음 |
| Mahomed 2012 | 복강경 보조 2단계 · 16명 | 부피(진찰), 평균 612일 | 저형성으로 판단한 1예 외 반대쪽과 비슷한 부피. 비교군 없음 |
| Ellis 2014 | 복강경 보조 2단계 · 25명, 28개 | 생존·크기(진찰), 평균 3.3년 | 생존 100%. 비교군 없음 |
| Naycı 2017 | 단일 단계, 길잡이 보존 · 7개 | 부피·위치, 평균 14개월 | 5개(71.4%) 정상, 2개 위축 |
| Braga 2019 | 복강경, 술자 선호에 따른 배정, 단일·2단계 혼합 · 212개 | 위축(결절·촉지 불가, 도플러 확인), 3·12개월 | 위축: 보존 0.6%(1/166) vs 절단 28.3%(13/46) |
| Roy 2020 | 복강경 2단계 · 96개 | 위축·재상승, 중앙값 12.5개월 | 절단군에서 위축 경향(OR 3, 95% CI 0.97–9.3, p=0.06) |
| Zhou 2022 | 2차 수술 개복 vs 복강경, 모두 보존 · 205개 | 위축(촉지 불가·결절, 초음파), 평균 59.8개월 | 위축 1.5%, 재상승 2.9%. 길잡이 비보존 대조군 없음 |
| Sacco Casamassima 2026 | 복강경, 단일 기관 후향 · 260개 분석 | 위축 | 혈관 보존 6.2%, 단일 단계 19.3%, 2단계 10.7%. 길잡이를 보존한 경우 단일 단계와 2단계 사이에 유의한 차이를 확인하지 못함 |
| 길잡이 보존·절단을 비교한 무작위 연구 | |||
| Zhang 2021 | 무작위 pilot, 복강경 고환고정술(고위 잠복고환), 1–3세 · 120명 분석 | 도플러 PSV·EDV·RI와 고환 부피, 1·3·6·12개월 | 두 군 간 유의한 차이를 확인하지 못함. 공개 자료로는 고환혈관 처리 방식 확인이 제한됨 |
| Abbasion 2024 | 무작위 대조, 개복, 내서혜륜에서 2 cm 이내 · 92명 105개 중 64명 75개 분석 | 위치(음낭·상부 음낭) + 부피 감소 20% 미만, 6개월. 수술 중 직접 측정, 추적 시 초음파 | 해부학적 성공 97.2%* vs 82.1%, 전체 성공 61.1% vs 25.6% |
| 통합 분석 | |||
| Jiryis 2026 | 메타분석 · 3개 연구, 195명 | 위축 | OR 0.07(95% CI 0.01–0.91), I² 80.8%. 포함 연구에 고환혈관을 보존한 고환고정술 연구가 들어 있어 Fowler-Stephens에 한정한 효과값이 아님 |
일부 비교 연구에서는 보존군에 유리한 결과가 보고됐지만, 혈류와 고환 성장의 차이를 확인하지 못한 무작위 연구도 있다. 대상, 술식과 평가 지표가 달라 결과를 하나로 일반화하기 어렵고, 연구 간 결과를 직접 비교하거나 인과적으로 해석하기에도 걸리는 것이 많다. 가장 큰 비교 연구(Braga 2019)는 술자의 선호로 군이 갈렸고, 절단군이 46개로 작았다. 선택 비뚤림도 생각해야 한다. 내서혜륜을 따라 서혜관으로 내릴 수 있는 고환은 대개 내서혜륜이 열려 있고 길잡이가 발달해 있으며 길이도 받쳐 주는,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은 경우다. 더 심한 경우에는 내서혜륜이 닫혀 있거나 길잡이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 보존 자체가 어렵고, 결국 절단과 새 통로를 택하게 된다. 수술 중 소견으로 방식을 고르는 연구에서는 보존군에 가벼운 고환이 모일 수 있어, 위축률의 차이 일부가 술식이 아니라 고환의 상태를 반영했을 가능성이 있다(필자의 견해). 메타분석은 연구가 세 개뿐인 데다 이질성이 80%를 넘는다. 위축의 정의도 연구마다 다르다(촉지 불가·결절만 남은 경우부터 일정 비율 이상의 부피 감소까지).
이 글에서 검토한 무작위 연구는 두 편이다. Abbasion 등의 연구는 고환혈관을 자르지 않는 개복 고환고정술이라 Fowler-Stephens에 그대로 옮길 수 없다. 보존군에서 유리한 결과를 보고했으나, 추적 탈락(105개 중 75개 분석), 두 군의 기저 고환 부피 차이(절제군이 유의하게 큼), 수술 중 직접 측정과 추적 시 초음파라는 측정 방법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또 절제군은 모두 새 통로로 내렸고 보존군은 부착 위치에 따라 경로가 달라, 길잡이 보존의 효과와 경로의 효과를 완전히 분리하기 어렵다. 편집자에게 보낸 비판 서신과 저자의 답신이 함께 실렸다(Aithal 등, 2024; Mottaghi 등, 2024).
반면 Zhang 등의 복강경 무작위 pilot 연구(120명 분석)는 수술 전과 수술 후 12개월까지의 도플러 혈류 지표와 고환 부피에서 두 군의 유의한 차이를 확인하지 못했다(Zhang 등, 2021). 차이가 없음을 입증한 연구는 아니지만, 보존에 유리한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함께 기억해야 한다.
EAU 가이드라인(2026년판, 잠복고환 절)도 길잡이 보존을 한 줄로 언급하는 데 그친다. 그 근거로 인용된 연구(Dave 등, 2009)는 길잡이 보존을 직접 비교한 연구가 아니라, 정관이 길게 고리를 이룬 경우 복강경 2차 수술에서 위축이 많았다는(6예 중 5예) 관찰이다.
어디에 쓸 것인가 — 필자의 판단
이론상 길잡이 보존이 가장 큰 차이를 낼 자리는 고환혈관을 자르는 수술, 즉 단일 단계와 2단계 Fowler-Stephens다. 고환동맥을 잃은 고환은 남은 곁순환에 기대므로, 정관동맥 계열 하나에 주로 의존하느냐 고환올림근·길잡이 계열까지 보존하느냐가 의미를 가진다. 그중에서도 곁순환이 자랄 시간을 준 2단계 술식의 2차 수술이 가장 자연스러운 적용 대상으로 보인다. 단일 단계 술식에서 길잡이를 보존한 경우 2단계와 위축률의 유의한 차이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보고(Sacco Casamassima 등, 2026)는 흥미롭지만, 단일 기관의 후향적 자료다.
고환혈관을 살려 내리는 일반 고환고정술에서는 굳이 필요할까 싶었다. 주된 동맥이 남아 있으니 곁순환 하나를 더 보존하는 이득은 작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Abbasion 등의 무작위 연구는 바로 그 상황에서 길잡이를 보존한 쪽의 결과가 좋았다고 보고했다. 한편 공개 자료로는 고환혈관 처리 방식을 확인하기 어려운 Zhang 등의 복강경 무작위 연구에서는 혈류와 고환 성장의 유의한 차이를 확인하지 못했다. 대상과 평가 지표가 다른 만큼, 이 부분은 아직 닫아 두지 않는 편이 맞겠다.
시도한다면 미리 확인해 둘 것이 몇 가지 있다.
- 내서혜륜이 열려 있고 길잡이가 발달해 있는가, 어디에 붙어 있는가 — 내서혜륜이 닫혀 있거나 길잡이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거나 내서혜륜보다 근위(복강 안)에 붙어 있으면 서혜관으로 내리는 경로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 정관 주위 복막을 얼마나 남기고, 얼마나 더 박리할 수 있는가 — 정관과 주변 조직의 박리 범위가 주요 제한 요소다.
- 서혜관 경로는 새 통로보다 길다 — 서혜관을 통한 하강이 재상승 위험을 높인다는 견해와 차이가 없다는 보고가 함께 있다(Zhou 등, 2022의 고찰). 2차 수술 뒤 위치를 따로 추적해 볼 필요가 있다.
견인 술식(Shehata)의 변형 중에도 길잡이 보존을 포함한 방법이 있다(Aljneibi 등, 2026). 길잡이를 보존하는 원리는 Fowler-Stephens에 한정된 기법이라기보다, 고환을 내리는 여러 방법에 공통으로 얹을 수 있는 원칙에 가깝다.
남은 질문
- 현재 검토한 Fowler-Stephens 연구만으로는 길잡이 보존의 독립적인 효과를 확정하기 어렵다.
- 보존의 이득이 동맥(고환올림근동맥)에서 오는지, 정맥 환류(길잡이 정맥)에서 오는지, 둘 다인지 구분한 자료가 없다.
- 위축의 정의와 추적 기간이 연구마다 달라 숫자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 내서혜륜 개존, 길잡이 발달, 고환 위치와 크기 같은 중증도를 보정해 보존과 절단을 비교한 자료가 부족하다.
- 근위부 박리의 범위와 원위부 부착의 처리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내서혜륜이 닫혀 있는 경우의 처리도 따로 기술되어 있지 않다.
- 검토한 보존·비보존 비교 연구만으로는 장기 내분비 기능과 가임력 차이를 판단하기 어렵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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