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고환 가이드라인 노트가 두 학회의 권고를 항목별로 비교하는 글이었다면, 이 글은 그렇게 쓸 수 없다. 비교할 권고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잠복음경에 대해 EAU/ESPU 소아비뇨의학 가이드라인은 서술 몇 문단과 등급 붙은 권고 하나를 두고 있고, AUA에는 해당 항목 자체가 없다.
그래서 이 노트의 목적은 다르다. 무엇이 권고되어 있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권고되어 있지 않은지를 정확히 문서화하는 것이다. 이 공백은 술자 개인의 판단 편차, 보호자가 병원마다 다른 말을 듣는 혼란, 그리고 국내에서 몇 해 전 겪었던 일괄 삭감 논쟁의 공통된 뿌리다. 공백의 윤곽을 그려두어야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지가 보인다.
EAU/ESPU가 실제로 말하는 것
EAU/ESPU 소아비뇨의학 가이드라인에서 잠복음경은 독립 챕터가 아니다. "포경 및 음경 피부의 기타 이상(Phimosis and other abnormalities of the penile skin)" 챕터 안에 몇 문단으로 들어가 있다. 그 내용을 있는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 항목 | EAU/ESPU 서술 | 성격 |
|---|---|---|
| 유형 구분 | 매몰음경(buried penis)과 거대포피(megaprepuce)는 피부가 음경 몸통 주위로 비정상적으로 접힌 선천 기형. 물갈퀴음경(webbed penis)은 음낭이 복측에 높이 붙어 음경음낭각이 비정상인 경우. 포획음경(trapped penis)은 피부를 과도하게 절제해 생기는 의인성 형태 | 서술 (등급 없음) |
| 감별 | 이들 모두를 음경해면체 자체가 작은 왜소음경(micropenis) 및 무음경증(aphallia)과 구별해야 함 | 서술 (등급 없음) |
| 자연 경과 | 치골 전 지방 분포 이상에 의한 매몰음경은 성장이나 체중 감소에 따라 저절로 해소될 수 있음 | 서술 (등급 없음) |
| 포경수술 | 매몰음경, 선천성 음경만곡 등 다른 음경 기형이 동반된 포경에는 단순 포경수술을 시행하지 말 것. 매몰음경과 거대포피는 포경수술의 금기로 열거되며, 재건 수술에 포피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 | 강한 권고 |
| 수술 적응증 | — | 없음 |
| 수술 시기 | — | 없음 |
| 술식 | — | 없음 |
| 추적·결과 지표 | — | 없음 |
표에서 보이듯 등급이 부여된 권고는 포경수술 금기 하나뿐이다. 그것도 잠복음경을 어떻게 치료하라는 권고가 아니라, 잠복음경이 있을 때 다른 수술을 어떻게 하지 말라는 권고다. 잠복음경 자체의 관리에 대해 가이드라인이 등급을 부여해 말하는 것은 없다.
AUA
AUA에는 소아 잠복음경에 관한 가이드라인이나 정책 문서가 없다. 잠복고환은 2014년 가이드라인이 있고 2025년 재확인되었지만, 잠복음경은 그와 같은 문서가 만들어진 적이 없다. AUA의 소아 교육 자료(Core Curriculum)에 서술적 언급이 있는 정도이며, 이는 권고 문서가 아니다.
EAU에는 별도로 "음경 크기 이상 및 신체이형장애(Penile Size Abnormalities and Dysmorphophobia)" 가이드라인(2023)이 있으나, 성인 성의학 영역의 문서로 소아 잠복음경을 다루지 않는다.
가이드라인이 말하지 않는 것
공백을 항목별로 적어두면 다음과 같다. 이것들이 실제 진료에서 판단이 갈리는 지점이다.
누구를 수술할 것인가
증상 기반 적응증(포피 내 소변 저류, 반복 포피염, 배뇨 시 불편)과 외형·심리 기반 적응증이 문헌에 혼재하지만, 어느 것이 수술을 정당화하는지에 대한 권고는 없다. 무증상이면서 외형이 주된 문제인 경우를 어떻게 볼 것인가 — 이것이 국내 삭감 논쟁의 핵심이었고, 가이드라인은 여기에 답하지 않는다.
언제 수술할 것인가
조기 수술(Shapiro, Herndon)과 아이가 참여할 수 있는 나이까지 대기(Shenoy)라는 상반된 견해가 문헌에 있으나, 가이드라인은 어느 쪽도 채택하지 않았다. 잠복고환에서 "생후 6개월 이후 18개월 이전"이라는 창이 있는 것과 대비된다.
어떤 술식을 쓸 것인가
30편이 넘는 술식이 보고되어 있지만 가이드라인은 어느 것도 언급하지 않는다. 술식 간 비교 연구가 부족하고, 있더라도 결과 지표가 주관적이라는 것이 이유일 것이다. Herndon 등은 술식이 장기 결과를 유의하게 바꾸지 않았다고 보고했고, Frenkl 등은 고정 봉합의 개수가 재발률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무엇을 결과로 볼 것인가
성공의 정의가 없다. 노출 개선인지, 증상 소실인지, 보호자 만족인지, 재발 없음인지에 대한 합의가 없고, 따라서 시리즈 간 비교 자체가 어렵다. Hadidi가 스스로 지적했듯 대부분의 보고는 보호자와 술자의 주관적 평가에 근거한다.
어떻게 추적할 것인가
재발(후기 재함몰)이 보고되어 있음에도 추적 기간이나 방법에 대한 권고가 없다. Hadidi의 61명에서 5명(9%)이 재수술을 받았고, 6년 이상 추적된 환자는 5명뿐이었다.
공백이 낳는 것
술자별 편차. 같은 아이를 두고 한 곳에서는 수술을 권하고 다른 곳에서는 기다리라고 한다. 어느 쪽도 가이드라인을 위반하지 않는다. 위반할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보호자의 혼란. 병원마다 다른 말을 듣는 보호자는 누군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진료 철학의 차이인데, 그것을 설명해주는 기준 문서가 없다.
심사 분쟁. 적응증을 규정한 기준이 없으면 같은 수술이 심사 측에는 미용으로, 술자에게는 기능 교정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몇 해 전 일괄 삭감 후 학회 차원의 논의가 있었던 것이 그 사례다. 이 분쟁은 어느 한쪽이 옳아서 끝난 것이 아니라 기준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리되었다.
왜 근거가 얇은가
권고가 없는 것은 학회의 태만이 아니다. 권고를 만들 만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증례 수가 적다. 문헌상 가장 큰 단일 시리즈도 80명 미만이며, 2011년까지 보고된 증례를 모두 합해도 868례에 그친다(Lardellier-Reynaud 등). 그마저도 포함 기준이 제각각이다.
둘째, 정의가 다르다. buried, concealed, hidden, inconspicuous, megaprepuce, trapped, webbed가 저자마다 다른 기준으로 쓰인다. 같은 이름으로 다른 환자를 묶고, 다른 이름으로 같은 환자를 나눈다. 이 상태에서는 시리즈를 합쳐 분석할 수 없다. 자세한 내용은 임상의용 1편에서 다루었다.
셋째, 결과 지표가 주관적이다. 신전 음경 길이는 측정 자체가 어렵고, 노출 정도를 객관화한 척도가 없으며, 만족도는 표준화된 도구 없이 보고된다. 비교 가능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비교 연구가 성립하지 않고, 비교 연구가 없으니 권고를 만들 수 없다.
무엇이 있어야 채워지는가
이 공백을 메우는 데 필요한 것은 새로운 술식이 아니다. 순서대로 다음이 필요하다.
정의의 합의. 최소한 무엇을 잠복음경으로 부르고 무엇을 배제할지에 대한 작업 정의가 있어야 이후의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 Hadidi(2014)와 Cimador(2015)의 제안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증상 기반 적응증의 정량화. 포피 내 소변 저류, 포피염 빈도, 배뇨 시 불편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기록한 코호트가 있어야 "어떤 환자에서 수술이 증상을 개선했는가"를 말할 수 있다.
환자 보고 결과(patient-reported outcome). 술자와 보호자의 인상이 아니라 표준화된 도구로 측정한 만족도와 불편이 필요하다. 이 질환에서 수술의 상당 부분이 외형과 심리를 겨냥하는 이상, 그것을 측정하지 않으면 결과를 평가할 수 없다.
장기 추적. 사춘기 이후까지 추적한 코호트가 필요하다. Frank가 던진 질문 — 왜 성인 비뇨의학과는 이 환자들을 보지 않는가 — 에 답할 수 있는 자료가 아직 없다.
필자가 수술 환자 보호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설문 연구는 이 중 세 번째, 환자 보고 결과 쪽에 해당한다. 방문 계기, 수술 시기의 적절성에 대한 인식, 수술 전후 불편과 만족을 표준화된 문항으로 묻는 것이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라 정리된 결과를 내놓기에는 이르지만, 자료가 모이는 대로 이 노트에도 반영해 나갈 생각이다.
참고문헌
- EAU Guidelines on Paediatric Urology. Phimosis and other abnormalities of the penile skin. European Association of Urology, 2026.
- EAU Guidelines on Penile Size Abnormalities and Dysmorphophobia. European Association of Urology, 2023.
- Kolon TF, Herndon CDA, Baker LA, et al. Evaluation and treatment of cryptorchidism: AUA guideline. J Urol. 2014;192(2):337-345.
- Hadidi AT. Buried penis: classification surgical approach. J Pediatr Surg. 2014;49(2):374-379.
- Cimador M, Catalano P, Ortolano R, Giuffrè M. The inconspicuous penis in children. Nat Rev Urol. 2015;12(4):205-215.
- Herndon CDA, Casale AJ, Cain MP, Rink RC. Long-term outcome of the surgical treatment of concealed penis. J Urol. 2003;170(4 Pt 2):1695-1697.
- Frenkl TL, Agarwal S, Caldamone AA. Results of a simplified technique for buried penis repair. J Urol. 2004;171(2 Pt 1):826-828.
- Lardellier-Reynaud F, Varlet F, François M, Mouriquand P. Congenital buried penis in children. Prog Urol. 2011;21(9):642-650.
- Frank JD. Editorial comment. BJU Int. 2000;86(4):526.
- 김상운. 소아비뇨의학 관점의 잠복음경. Urology Digest. 20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