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검진이나 육아 중 우연히 아이의 음낭에서 고환이 만져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많은 보호자들이 놀라십니다. 잠복고환은 소아비뇨의학과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질환 중 하나로, 신생아 100명 중 2~3명 정도가 갖고 태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출산 시대에 아이 한 명 한 명의 건강이 더 소중해진 만큼, 조기 발견과 적절한 시기의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잠복고환이란
고환은 태아기에 신장 근처(복강 안)에서 만들어져, 임신 8주경부터 시작되는 하강 과정을 거쳐 출생 전후 음낭으로 내려옵니다. 이 과정이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면 고환이 음낭 내에 위치하지 못하고 사타구니나 복강 안에 남아있게 되는데, 이를 잠복고환이라고 합니다. 한쪽에만 생기는 경우(약 70~90%)가 더 흔하지만, 10~25%는 양쪽 모두에 생길 수 있습니다.
잠복고환은 왜 생기나요
예전에는 남성호르몬 분비·작용의 문제로 주로 설명했지만, 최근에는 구조적인 원인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고환을 음낭 아래로 당겨주는 '고환길잡이(gubernaculum)'라는 구조물이 음낭 아래에 정상적으로 붙어 있어야 하강이 일어나는데, 잠복고환의 경우 이 구조물의 말단이 음낭 하부가 아닌 음낭 상부 혹은 사타구니에 부착되어 고환이 음낭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 주된 이유로 설명됩니다.
이 발생기전에 대한 이해가 지난 반세기 동안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더 깊이 알고 싶으시다면 — 심화학습: 발생기전을 보는 시각의 변화와 예후 (For Clinicians)
잠복고환과 헷갈리는 상태 — 견축고환(퇴축고환)
영유아 건강검진이 늘면서 잠복고환이 의심되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실제로는 상당수가 견축고환(퇴축고환, retractile testis)인 경우입니다. 이는 고환을 끌어올리는 근육(고환거근)이 생후 12개월 전후로 예민해지면서, 수축할 때마다 고환이 위로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 상태입니다. 발생 원인과 예후가 잠복고환과는 전혀 다르며, 대부분 수술 없이 자연적으로 문제없이 지나갑니다. 검진에서 이 진단을 받으셨다면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일부는 이후 진짜 잠복고환으로 진행할 수 있어 정기적인 추적 관찰은 필요합니다.
기다리면 저절로 좋아진다던데요?
출생 직후 남성호르몬이 일시적으로 많이 분비되는 시기가 있는데, 대략 생후 2~3개월 사이입니다. 이를 '미니 사춘기(mini-puberty)'라고 부르기도 하며, 이 시기의 호르몬 영향으로 심하지 않은 잠복고환은 고환이 추가로 내려올 기회가 있습니다.
하지만 고환길잡이의 말단이 잘못된 위치에 부착되어 있는 구조적 문제가 남아있는 경우, 호르몬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내려왔던 고환은 필연적으로 다시 상승하게 됩니다. 따라서 생후 3개월 전후까지는 지켜볼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고환의 위치를 계속 추적 관찰해야 하며 무작정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고환이 태어날 땐 정상 위치에 있었더라도 성장하면서 점차 위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후 6~12개월까지는 고환 위치가 잘 유지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해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치료 — 고환고정술(orchiopexy)
미국비뇨기과학회(AUA)와 유럽비뇨기과학회·유럽소아비뇨의학회(EAU/ESPU)는 모두 생후 6~12개월 사이, 늦어도 18개월 이전의 수술을 권고합니다. 예전에는 호르몬 주사로 고환을 내리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잠복고환의 원인이 호르몬보다 고환길잡이의 부착 이상 같은 구조적 문제에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일시적으로 내려왔던 고환이 다시 올라가는 재발률이 높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현재는 거의 시행하지 않으며, 수술이 사실상 유일한 치료법입니다.
이 시기가 왜 6~12개월인지, 그 근거를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다면 — 가이드라인 분석과 수술 시기의 병리생리학적 고찰 (Evidence & Papers)
수술은 보통 세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첫째, 고환을 당기고 있는 고환길잡이를 절단해 고환이 더 내려올 수 있는 길이를 확보합니다. 둘째, 잠복고환 환자의 상당수(문헌상 최대 95%)에서 탈장이 동반되는데, 이 탈장된 막을 고환과 분리해 혈관이 당겨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듭니다. 셋째, 음낭 안으로 고환을 위치시킬 터널을 만들어 고환을 그 안으로 옮깁니다.
복강 내에 위치한 고환은 혈관이 짧아 한 번에 음낭까지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이때는 주된 혈관을 묶어두고 보통 3~6개월을 기다려 다른 혈관이 자란 뒤 2차 수술로 고환을 내리는 방식(2단계 수술)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2차 수술 때 고환길잡이와 그 안의 혈관을 자르지 않고 보존하는 방법도 쓰입니다.
2차 수술 때 고환길잡이와 그 혈관을 보존하는 방법과 그 근거가 궁금하시다면 — 심화학습: 배 속 고환 2단계 수술, 고환길잡이를 보존하면 위축이 줄어들까 (For Clinicians)
마취와 흉터에 대해
잠복고환 수술은 보통 30분 이내로 끝나는 비교적 짧은 수술이며, 소아마취를 전문으로 하는 마취과 전문의의 관리하에 진행됩니다. 절개 부위는 팬티 라인 아래,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약 1.5cm 정도로 작게 들어가며, 복강경으로 진행하는 경우 절개는 이보다 더 작아집니다. 성장하면서 흉터는 대체로 눈에 띄지 않는 수준으로 옅어집니다.
치료를 미루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보호자들이 가장 걱정하시는 두 가지는 불임과 고환암입니다.
한쪽 잠복고환의 경우 불임 확률은 약 10~20%, 양쪽 모두인 경우에는 30~60%까지 올라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참고로 잠복고환이 없는 남성도 약 5%는 불임입니다). 이 위험은 수술 시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수술이 늦어질수록 고환 조직, 특히 정자를 만드는 기능이 손상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실제로 저희 연구팀이 발표한 체계적 문헌고찰·메타분석에서도, 성인이 되어 무정자증으로 인공수정(고환 정자 채취술, TESE)이 필요해진 남성들을 비교했을 때, 어릴 때 잠복고환 수술을 받은 경우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무정자증보다 정자 채취 성공률이 유의하게 높았습니다(63.3% vs. 약 38%). 특히 10세 이전에 수술받은 경우가 그 이후에 수술받은 경우보다 성공률이 더 높게 나타나, 어린 시절 적절한 시기의 수술이 훗날 가임력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고환암 위험 역시 수술 시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10세 이후에 수술한 경우 고환암 발생 위험이 6배에서 많게는 30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어, 적절한 시기의 치료가 여러모로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잠복고환은 저절로 내려오나요?
생후 2~3개월의 '미니 사춘기' 시기에 심하지 않은 경우라면 자연적으로 내려올 기회가 있습니다. 하지만 구조적 문제가 남아있으면 다시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 위치를 계속 추적 관찰해야 합니다.
돌도 안 된 아기인데 전신마취를 해도 뇌 발달에 지장이 없나요?
대규모 글로벌 임상 연구(PANDA, GAS, MASK Study) 결과, 1시간 내외의 단발성 소아 전신마취는 영유아의 신경 발달이나 인지 기능에 장기적인 부작용을 남기지 않는 것으로 입증되었습니다. 소아 전문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관리하에 안전하게 진행되며, 마취의 잠재적 위험보다 수술을 미뤄 고환의 비가역적 괴사 및 생식 세포 손상을 방치하는 위험이 훨씬 큽니다.
수술은 언제 하나요?
AUA·EAU/ESPU 지침 모두 생후 6~12개월 사이, 늦어도 18개월 이전의 고환고정술을 권고합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편측인 경우 불임 위험 10~20%, 양측인 경우 30~60%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고환암 위험도 수술이 10세 이후로 늦어지면 6~30배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견축고환(퇴축고환)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견축고환은 고환을 끌어올리는 근육이 예민해서 고환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상태로, 대부분 수술 없이 자연 호전됩니다. 잠복고환과는 원인과 예후가 다르지만, 일부는 추후 진짜 잠복고환으로 진행할 수 있어 정기 추적이 필요합니다.
진단을 위해 초음파 검사를 꼭 해야 하나요?
대부분 그렇지 않습니다. 전문의가 직접 만져보는 진찰이 우선이며, 고환이 복강 안에 있어 만져지지 않거나 위치가 불분명한 경우에만 초음파나 복강경으로 추가 확인합니다.
호르몬 주사로 치료할 수는 없나요?
호르몬 치료는 잠복고환의 원인이 구조적 문제(고환길잡이 부착 이상)에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일시적으로 내려왔던 고환이 다시 올라가는 재발률이 높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현재는 거의 시행하지 않습니다. 수술이 사실상 유일한 치료법입니다.
수술 후 입원이 필요한가요?
대부분 당일 수술로 진행되며, 특별한 합병증이 없다면 당일 퇴원이 가능합니다.
흉터가 많이 남지 않을까요?
절개는 보통 팬티 라인 아래 약 1.5cm 정도로 작게 이루어지며, 성장하면서 거의 눈에 띄지 않게 됩니다. 복강경 수술의 경우 절개는 더 작아집니다.
참고문헌
- Kolon TF, Herndon CDA, Baker LA, et al. Evaluation and Treatment of Cryptorchidism: AUA Guideline. American Urological Association, 2014 (2025년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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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m SW, Lee J, Lee TH, Kim DS, Song SH, Kim DK. Azoospermic Men with a History of Cryptorchidism Treated by Orchiopexy Have Favorable Outcomes after Testicular Sperm Extraction: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World J Mens Health. 2023;41(1):81-93.
- Sun LS, et al. Association Between a Single General Anesthesia Exposure Before Age 3 and Neurocognitive Outcomes in Later Childhood (PANDA Study). JAMA. 2016.
- McCann ME, et al. Neurodevelopmental Outcome at 5 Years of Age after General Anaesthesia or Awake-Regional Anaesthesia in Infancy (GAS Study). Lancet.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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