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idence & Papers의 가이드라인 분석과 수술 시기의 병리생리학적 고찰에서는 AUA·EAU/ESPU 가이드라인 비교와 "왜 6~18개월인가"의 근거를 정리했다. 여기서는 한 걸음 더 들어가 — 잠복고환이 왜 생기는가에 대한 이해가 지난 반세기 동안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그리고 그 이해가 실제 장기 예후(부성 성립률)와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다룬다. 실제 수술 술기는 2편에서 별도로 다룬다.
발생기전의 역사적 고찰 — 호르몬 이론에서 구조 이론으로
고환 하강의 2단계 모델과 호르몬 이론의 전성기
Hutson 등이 정립한 모델에 따르면 고환 하강은 서로 다른 호르몬 조절을 받는 두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는 경복강기(transabdominal phase, 임신 8~15주)로, Leydig 세포가 분비하는 INSL3가 고환길잡이(gubernaculum)를 팽창시켜 고환을 서혜부 근처에 고정하고, 동시에 테스토스테론이 두개현수인대(cranial suspensory ligament, CSL)를 퇴축시켜 고환이 하강할 공간을 만든다. 이 단계에서는 복강 내압의 상승도 보조적인 기계적 요인으로 함께 논의되는데, 몸통이 성장하면서 고환의 위치를 상대적으로 밀어내리는 역할을 한다고 여겨진다. 두 번째는 서혜음낭기(inguinoscrotal phase, 임신 25~35주)로, 테스토스테론이 생식대퇴신경(genitofemoral nerve, GFN)을 통해 CGRP(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분비를 유도하고, 이것이 고환길잡이를 서혜관에서 음낭까지 이동시킨다(Hutson & Southwell, 2015).
이 모델이 테스토스테론·INSL3 같은 호르몬을 하강의 핵심 조절인자로 제시하면서, 20세기 중반의 지배적 이론은 자연스럽게 잠복고환을 전신적 호르몬 결핍 또는 신호전달 이상의 산물로 해석했다. 이 관점에서는 편측 잠복고환이라도 문제가 국소적이 아니라 전신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 실제로 반대쪽의 정상적으로 하강한 고환에서도 조직학적 이상(생식세포 수 감소 등)이 보고되면서, 수술로 잠복된 고환을 교정해도 반대쪽 고환까지 이미 손상되어 있을 수 있다는 가임력 비관론이 이 시기 임상 논의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hCG·GnRH 같은 호르몬 주사 치료 역시 이 이론적 틀 안에서 자연스러운 처방이었다.
구조 이론으로의 전환과 낙관론의 등장
전환점은 두 갈래에서 왔다. 하나는 순수하게 해부학적인 관찰이다. Han 등(2004, J Urol)이 잠복고환 환자의 고환길잡이 원위부 부착을 직접 관찰해, 93%에서 부착 위치 자체가 비정상이었음을 보고했다 — 호르몬 신호와 무관하게, 그저 부착 지점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만으로 하강 실패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분자생물학적 발견인데, 다만 그 함의를 정확히 짚을 필요가 있다. 1999년 INSL3 유전자를 결손시킨 생쥐 모델이 안드로겐 신호전달에는 문제가 없는데도 양측 잠복고환을 보인다는 것이 독립적으로 두 차례 보고되었다(Nef & Parada; Zimmermann 등). 이는 "호르몬이 원인이 아니다"라는 근거가 아니라 — INSL3 역시 엄연한 호르몬이다 — 안드로겐 하나만으로는 하강 실패를 설명할 수 없고, 고환길잡이의 발생 자체를 조절하는 별도의 신호(INSL3)가 있으며, 결국 여러 상위 신호가 무엇이든 최종적으로 수렴하는 지점은 고환길잡이라는 구조물의 발생과 위치라는 것을 보여준 것에 가깝다. 즉 Han의 관찰(순수 해부학적 부착 이상)과 INSL3 모델(고환길잡이를 표적으로 하는 별도의 호르몬 축 이상)이 함께, 잠복고환의 최종 공통 경로가 전신적 안드로겐 결핍이 아니라 고환길잡이 자체의 발생·위치 이상이라는 쪽으로 이해를 이동시켰다.
구조 이론이 자리잡으면서 임상적 분위기도 달라졌다. 문제가 국소적 구조 이상이라면 수술로 그 부착 이상을 교정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충분하다는 낙관적 해석이 가능해졌고, 조기 수술 이후의 가임력 데이터도 예전만큼 비관적이지 않다는 보고들이 이어졌다. 반대로 호르몬 치료는 국소 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하강 유도 목적의 호르몬 치료는 임상에서 빠르게 자리를 잃었다 — 여기에는 hCG·GnRH로 일시적으로 하강시킨 고환이 치료 종료 후 다시 올라가는 재상승이 흔했다는 관찰도 힘을 보탰다. 만약 문제의 본질이 전신적 호르몬 결핍이라면 호르몬 보충만으로 안정적인 하강이 유지되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은, 오히려 부착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는 국소 구조 가설과 더 잘 들어맞았다.
편측은 실제로 어떤가 — 대규모 코호트의 답은 좀 더 희망적이다
Hadziselimovic 등이 제기하는 "편측도 사실상 양측성 질환"이라는 입장은 여전히 인용되지만,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상당수는 같은 연구팀이 수십 년째 축적해온 조직학적 코호트(Verkauskas 2019 등)에 기반하며, 근본적으로 새로운 증거라기보다는 기존 관찰을 반복적으로 재확인·재서술하는 성격이 강하다.
반면 실제 paternity(부성 성립)를 지표로 삼은 대규모 코호트 연구들은 좀 더 희망적인 그림을 보여준다. Lee 등(피츠버그 아동병원, 1955~1974년 코호트)이 부성을 시도한 남성들을 추적한 결과, 편측 잠복고환 교정군의 부성 성립률은 89.7%로 대조군(93.2~93.7%)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이 코호트를 확장한 후속 분석에서도 결론은 동일했다. 가장 최근의 체계적 문헌고찰(2024)도 이 패턴을 재확인한다 — 양측 잠복고환은 일관되게 부성 성립률이 낮았지만, 편측 잠복고환의 부성 성립률은 대체로 일반 인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잠복고환의 70~90%를 차지하는 편측 사례의 예후가 이 정도로 준수하다는 것은, 진료실에서 부모를 안심시킬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이 대비는 왜 EAU/ESPU가 GnRH 유사체를 "모든 잠복고환"이 아니라 양측 등 고위험군에 한해 고려할 수 있다고 좁혀서 언급하는지도 설명해준다. "편측도 양측성 질환"이라는 가설이 완전히 틀렸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지만, 적어도 임상적 결과(부성 성립률) 수준에서는 편측 잠복고환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볼 근거도 크지 않다.
예후 — 부성 성립률로 본 일측성과 양측성의 차이
적기에 수술받은 아이들의 장기 예후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결국 부성 성립률(paternity rate)이다. 앞서 다룬 이론적 전환(호르몬 이론의 비관론 → 구조 이론의 낙관론)이 실제 임상 데이터에서도 확인되는지를 보면, 여기서도 일측성과 양측성은 확연히 다른 그림을 보인다.
Puri 등의 고전적 코호트는 일반 인구의 부성 성립률을 94%로 놓고, 편측 잠복고환 교정군 89%, 양측 잠복고환 교정군 62%를 보고했다. 앞서 다룬 피츠버그 코호트(Lee 등)는 같은 대비를 훨씬 정밀하게 보여준다 — 부성을 시도한 남성 중 대조군의 93.2%, 편측 교정군의 89.7%가 부성에 성공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던 반면, 양측 교정군은 65.3%에 그쳐 편측군·대조군 모두와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p<0.001). 2024년 체계적 문헌고찰도 이 대비를 재확인한다 — 양측 잠복고환은 연구를 막론하고 일관되게 부성 성립률이 낮았지만, 편측 잠복고환은 일반 인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즉 "잠복고환은 불임의 위험인자"라는 명제를 편측·양측 구분 없이 적용하는 것은 부정확하다. 부모에게 예후를 설명할 때는 이 구분이 특히 중요하다 — 편측 잠복고환이라면 적기 수술 후 장기 가임력에 대해 비교적 안심시킬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하고, 양측 잠복고환이라면 이 대비 자체가 좀 더 적극적인 추적 관찰과, EAU/ESPU가 언급하는 보조적 GnRH 치료 고려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실제 수술 술기는 2편 — 위치와 상황에 따른 수술적 치료 선택에서 이어집니다 (접근법 선택, 복강경 적응증, 1·2차 수술 위축률, Shehata 술식).
참고문헌
- Hagberg S, Westphal O. Treatment of undescended testes with intranasal application of synthetic LH-RH. Eur J Pediatr. 1982.
- Hutson JM, Southwell BR. Regulation of testicular descent. Pediatr Surg Int. 2015;31(4):317-325.
- Han WK, et al. Structural evidence against hormonal therapy for cryptorchid testis: abnormal gubernacular attachment. J Urol. 2004.
- Nef S, Parada LF. Cryptorchidism in mice mutant for Insl3. Nat Genet. 1999.
- Zimmermann S, et al. Targeted disruption of the Insl3 gene causes bilateral cryptorchidism. Mol Endocrinol. 1999.
- Verkauskas G, Malcius D, Dasevicius D, Hadziselimovic F. Histopathology of Unilateral Cryptorchidism. Fetal Pediatr Pathol. 2019.
- Hadziselimovic F. Advocating hormonal treatment to prevent adult infertility in patients diagnosed with congenital undescended testes. 2024.
- Puri P, Nixon HH. Bilateral retractile testes — subsequent effects on fertility. J Pediatr Surg. 1977.
- Lee PA, Coughlin MT, Bellinger MF. Fertility after unilateral cryptorchidism: paternity, time to conception, pretreatment testicular location and size, hormone and sperm parameters. Horm Res. 2001;55(1):28-32.
- Lee PA, et al. Fertility after bilateral cryptorchidism. Evaluation by paternity, hormone, and semen data. J Pediatr Endocrinol Metab. 2001.
- Lee PA, Coughlin MT. The single testis: paternity after presentation as unilateral cryptorchidism. J Urol. 2002.
- Paternity After Treatment of Cryptorchidism: A Systematic Review. 2024.